오늘은 보일러 설비하는 날이다.
보일러를 사러 하동으로 나서며 트럭 시동을 거니 우성이가 따라 붙인다.
"아빠 저도 갈래요"
보름 이상 감지 않은 머리는 이제 뻣뻣하게 굳어지고 있지만
목욕탕에 가자고 해도 통 나서지 않던 녀석이
방학동안 집에서만 뒹구는게 따분했는지 따라 붙인다.
"옷입고 나 올께요"
"슬리퍼 벗고 운동화로 바꿔 신고 와라."
하동 철물점에서
보일러와 그에 딸린 부속, 한 드럼짜리 기름통까지 갖춰 사니
492000원이다. 집을 짓는건 돈으로 쌓아 올리는 거다.
가게 앞에 내가 산 것 보다 아주 큰 보일러가 보인다. 나무 보일러다.
150만원 짜리로 기름 보일러보다 3배 이상 비싸지만 요즘의 기름값을 감안하면
1-2년 안에 기름값이 빠질 것이다.
얼마전 보일러 두곳에 기름을 넣고 보니 60만원이 넘게나왔다.
이 나라도 기름없이 살수 없는 나라가 되었나 보다.
저녁나절에 동네 여기 저기서 피어나는 연기는 대게 나무보일러에서 나는 연기다.
온수 사용이나 온도 조절 기능이 기름보일러와 똑 같다.
중간 중간 나무를 넣어줘야 하는게 번거롭지만
열효율이나 유지비 면에서 기름보일러 보다 낫다.
가스보일러도 있지만 도시가스가 아닌 일반 LPG가스로는 비용이 비싸다.
우리집엔 불 때는 방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나무든 기름이든 사서 때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나무 값이 훨씬 적게 든다.
따라 붙인 우성이는 서점에 들러 연재하고 있는 만화책 한 권을 사왔다.
아이들은 책을 보고 나는 보일러를 연결했다.
내일 기름과 전기만 연결하면 보일러가 돌아갈 것이다.
내 손으로 연결했으니 10만원 정도는 번 셈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