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내려온지 몇 년 간 많은 일들을 시도했다.
어떤 벌이라도 있어야 했기에 이거면 되겠다 싶어 했던일들이
여러가지 있었지만 준비부족과 여건이 맞지 않았으며 능력밖의 일들이어서
다들 흐지 부지 끝이 났다.
중병환자 돌보는일, 미꾸라지 양식, 고시생 밥해주는 일, 한지공예, 나무다듬는 일,
등등 다들 그럴싸한 아이템이었지만 제대로 된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시도 중에 우리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일이 두 가지가 있었다
녹차 만드는 일과 집짓는 일이다.
녹차 만드는 일은 내가 원해서 한 일은 아니었다.
차 만드는 봄이 되면 다들 일손이 모자라는 터에 와서 거들어 달라고 해서
차를 만들게 되었다.
당시 생각으로는
한복을 요란하게 차려입고 번거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이 꼴사나워서 차를 만들면서도
차를 많이 마시거나 즐기지 않았다.
다만 그 맛과 향이 좋아 열심히 만들 뿐이었다.
차만드는 일이 끝나면 할 일이 없어진다.
그래서 집짓는 일을 다니는 동네 아저씨에게 일자리를 부탁하니 현장에 같이 가자고 했다.
당시 화개지역엔 헌집을 헗고 새집을 짓는 곳이 무척 많아 건축경기가 좋았다.
일당 28000원 짜리 잡부로 일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목수,미장일을 하는 지역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가식없고 거짓없는 분들이었고
거짓없는 노동의 댓가를 벌어가는 그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아, 나도 저렇게 솔직 담백하게 일하면서 살고 싶다."
집짓는 일을 어느 정도 다니면서
집짓는 일에 대한 원리와 순서을 머릿속으로 익힌 다음
흙집짓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차만드는 일이 끝나고 전국을 돌면서 흙집지으진 곳을 다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모았다.
그 자료를 토대로 화개에 황토방 찻집을 지었다.
덩달아 구들 놓는 일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다.
2000년에는 독립하여 내 브랜드로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직접 짓게 되었다.
결국 차를 만드는 일이 나의 주업이 되었고 집과 관련된 일은 부업처럼 되었다.
내가 원했던 바대로
거짓이 통하지 않은 일이 직업이 되었다.
차를 만드는 일은 가혹하리만큼 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거짓이 통하지 않는 일이기에 만들면 만들 수록 힘이 든다.
차를 만드는 일은 농사일과 같다.
일년에 한번 제철에 만드는 일이다.
일년에 한번 배우는 셈이다.
"차만든지 3년 됐습니다" 라고 한다면 그 말은 곧 "석 달 일했습니다."와 같은 말이다.
쉽게 생각하거나
사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
취미나 부업으로 차을 만든다면 좋은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