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양식에 실패한 뒤 시작한 일은
아픈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지리산과 같이 물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병을 치료코자 하는 사람에게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먹거리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동네 뒷편에 고시원을 하던 집이 비어 있었다.
그 집을 빌려서 도배 장판을 새로 하고 보일러도 고쳤다.
우리가 지리산에 들어와 있다 하니 부산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 중 병이 있는 사람을
데리고 왔다.
제일 먼저 찾아 온 사람은 당뇨 말기 환자였다.
당뇨가 심해지면 살이 빠진다. 그 사람은 뼈와 가죽만 남은 상태였는데
뭐든 먹기만 하면 설사를했다. 물만 먹어도 설사를 하는 것이 상태가 위중했다.
이런 사람은 무얼 먹여도 소용이 없다. 물마져 설사로 나오니 말이다.
힘이 없어 축축 늘어지면서도 먹어도 흡수는 못하고 있으니
서서히 죽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힘을 돋우면서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동시에 위장에서 흡수가 될수 있는 것을 먹여야 했다.
우선 방목한 염소를 구해서 푹 고왔다.
이 염소 고운 물을 바로 먹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먹자마자 설사를 해 댈 것이 분명하므로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그 방법이 다름아닌 소주를 내리는 것이다.
흔히 알려진 "개소주" 역시 개를 약재와 같이 고우면서 거기서 올라가는 김을 받아내리는 것이다. 현대과학으로 말하자면 증류수인 셈이다.
염소 고운 물을 따로 걸러 약한 불로 끓여 모락 모락 올라가는 김을
증류기에 통과 시키면 맑은 증류수가 받힌다.
이 물은 고기를 삶은 물이지만 맑고 깨끗하다.
이 물은 고기의 기운이 담겨있으며 위장이 약한 사람의 몸에도 흡수가 잘되는 물이다.
이 물을 이용해서 찹살죽을 아주 묽게 끓여서 일주일을 먹이니
얼굴에 붉은 기운이 돌고 얼음장 같던 손발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