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부는 이 맘 때는
일년에 한번 토종꿀을 뜨는 철이다.
올 봄에 같이 이사온 벌통은 십 여 통이었지만
살아 남은 벌통이 고작 여섯 통이다.
작년 겨울 제대로 보살피지 못해 약한 세력으로 이사를 온데다
이사오고 나서도 방치해두었더니 말벌,양봉,대추벌들이 덤벼 들고
소충(벌집안에 집을 짓고 사는 벌레)까지 생겨 여러통이 망해 버렸다.
벌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다....
식구 모두 꿀을 워낙 좋아해서 우리 먹을 꿀이나 얻어보자고
다섯통을 사서 시작한 토봉이었다.
봄에 분봉을 하여 자꾸 통수가 늘어나 한 때는 30통 가까이 되었었다.
벌통수가 늘어난 만큼 항상 신경을 달고 살아야 했다.
말 벌이 얼쩡그리면 파리채를 들고 나가 때려 잡아야하고
세력이 약한 통에 양봉이 덤비면 그 통은 망했다고 보아야 한다.
장마철엔 비가림도 해주어야 하고
여름엔 집주위에 풀고 베줘야 하고.
겨울엔 보온도 해주어야 한다.
오늘 벌통을 정리하여 시작할 당시의 벌통으로 줄어
우리 먹을 정도의 량이 되고 보니 마음도 그 만큼 가볍다.
이제 벌기르는데 대한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집에서 필요한 만큼만 기르기로 집사람과 다짐했다.
내년 봄에 분봉을 하더라도 통수를 늘리지 않을 것이다.
애초의 뜻대로 먹을 만큼만 한다!!
막상 그렇게 결정짓고 나니
등산하며 지고 가던 짐하나가 줄어든 기분이다.
자꾸 욕심을 버리라고 하는 이유가 이래서일 것이다.
욕심 버리면 즐겁고 가져워지기 때문에..
잔재주가 많고 애착이 많은 성격이어서
내겐 무겁게 지고 가는 버려야 할 짐들이 제법 많다.
마저 내려놓고 버려야 할 것들이 제법 많은 것이다.
넉넉한 여백이 있는 삶은
그 언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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