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있다.
농업협동조합.
이젠 조합이상으로 크게 성장하여 농민들가운데 서있는 거대기업같은 존재가 되었다.
시골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으며
조합에 출자금을 가지고 있도 조합돈을 빌려쓰고
조합을 통해 각종 농자재뿐 아니라 수산물, 농기계까지 구입한다.
정부의 농촌지원 자금을 집행하는 기관도 농협이다.
그야말로 농협은 국민에게 국회가 갖는 의미,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농민조직이다.
오늘은 2년 임기가 끝나는 대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농협대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처럼
조합원을 대표하여 농민의 뜻을 조합에 전달하고 감시하고 예산등을 의결하는 직책이다.
각마을을 대표하여농협총회에 참석하여 의결권 선거권 등을 행사한다.
앞번 대의원 선거에서 우리 마을은 반장직을 맡고 있는 3명에게 대의원직을 주기로 했다.
덕분에 나도 뜻하지 않게 농협대의원이 되었다.
다음날 농협직원을 만났는데 "아이구, 백의원님 오셨습니까?"라고 인사한다.
축하의 의미와 농담의 의미가 곁들여진 인사에 크게 웃고 말았다.
벌써 2년이 지나고 다시 대의원을 뽑는 날이 오늘인 것이다.
나는 우리마을 전임반장을 추천하였다. 나보다는 마을반장직을 오래 맡아 고생했는데
반장이 나로 바뀌는 바람에 내가 대위원이 되었던 것이기에
늘 미안했던 마음에 전임반장을 추천했지만
전임반장은 고로쇠물 채취준비로 산에 올라가 있고
앞서 하던 사람들을 연임시키자는 의견이 많아 그렇게 결의되고 말았다.
또 2년간 의원직을 맡게되었다.
그럼 2선 의원인가?
시골의 조직은 탄탄하고 조밀하다.
농협조직 뿐만 아니라, 농어민 후계자 조직, 지역친목단체, 군-읍-면-리-반로 이어지는
관급 조직등이 서로 겹치고 얽혀
그 조직망에서 자유롭기가 쉽지가 않다.
시골사람들이 그래서 당연히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조직이 많으니 감투도 많다.
이런 저런 사람을 우두머리를 시켜보면
대게 그 사람의 자질이나 능력이 드러나고
틀리지 않는 선택으로 대표자들을 뽑게 된다.
능력있는 사람들은 여러개의 감투를 쓰기도 한다.
이장선거, 농협 조합장이나 이사 선거, 군의회 의원 선거등에서 과열되는 경우고 있어
지역사람들끼리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까지 한다.
당연히 혈연, 학연, 이해관계등으로 편이 갈린다.
그런것에 관계없이 능력우선으로 점차 대표자들이 뽑히고 있는 것은
시골민주주의도 서서히 진보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 마을은 모두가 합의 하여
원만하게 대의원을 뽑았다.
다른마을은 서로 할려고 해서 선거까지 했는데
우리마을은 서로 양보하려고 해서 참 살기좋은 동네다고들 하면서 헤어졌다.
그러고 보니
내 머리에 감투도 하나 둘 늘어간다.
조직의 거물망에 갇혀가고 있는건가?
아니면 역할을 나누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