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 삶의 터전을 잡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예전에 산자락에 터를 잡았던 사람들이 그랬듯이
새로이 터를 잡아 집을 짓는 사람들도
새로 집을 짓는다는 것에 많은 애착과 정성을 쏟을 수 밖에 없다.
나무가 첫 뿌리를 내리는 것의 의미처럼
어떻게 집을 짓는냐에 따라 그 집에서의 앞으로의 삶은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풍수쟁이를 불러 집을 어느 방향으로 앉힐까를 묻는다.
아니, 그 이전에 어느 자리가 좋은 집 터인지 부터 자문을 구한다.
풍수를 보는 사람은 지맥의 흐름과 물줄기의 흐름, 나아가 수맥의 흐름까지 살펴 말한다.
"이 자리가 혈(穴)자리다"
집터가 정해지면 어느 방향으로 어느 봉우리를 보고 집을 앉힐 것인가를
잡아 준다. 집주인은 풍수의 말대로 집터를 잡아 집을 앉힌다.
최근 들어 새로이 지어지고 있는 많은 집들을 보면서
풍수지리가 생긴 근본을 돌아보게 된다.
자연과의 조화, 어울림 속에 개인의 안위와 행복을 구하는 것이 풍수지리가 생긴
근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소위 풍수를 본다는 사람들의 안목과 지도로 지어지는 집들을 보면서
"반풍수 집안 망친다"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우리는 개인의 재물과 권세를 구하기 위해
타인의 입장과 공공의 질서를 무시 파괴하는 사람들을
"파렴치한"이라고 부른다.
풍수를 본다는 자들이
새로 집을 짓고자 하는 일개인의 복을 구하기 위해
마을 전체의 기운의 흐름과 조화를 깨뜨리는 집터를 조장하고 있으니
저들이 진정 집주인을 파렴치한으로 만드는 반풍수가 아닌가 한다.
옛날 지어진 어느 절터는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좋은 터가 아니라
한가지가 모자란 터였다.
모자란 그 한가지를 채워 전체가 온전해지기 위해 그자리에 절을 지었던 것이다.
나 하나만 잘되기 위한 풍수가 아니라 내가 모자란 부분을 채워
전체가 잘 되기위한 풍수지리의 적용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온전한 풍수가의 안목이요, 공공에 이로운 풍수의 적용이 아니겠는가!
좋은 자리를 찾아 앉히는 자가 풍수쟁이라면
나 좋자고 전체의 균형을 깨뜨리는 터를 만드자들은 반풍수들이다.
소위 장삼가사를 걸친 승려의 신분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여기 저기 풍수를 봐준답시고 돌아 다니면서
그 마을 전체의 어울림은 커녕,
앞집, 옆집에 있는 이웃의 입장도 고려치 않는 이기적인 안택을 권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울 따름이다.
반풍수들에게 고하노니
땜질처방이라도 제대로 하는 풍수쟁이라도 되어 주셨으면 좋겠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