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응급실엘 갔다.
다을이가 천식이 있어 감기가 오면 천식증상으로 힘들어한다.
요근래 무탈하였으나
감기가 온 상태에서, 하루는 학교 대표로 다도대회에 갔다오고
다음날인 어제는 남해대교에 그림대회를 나갔는데 바닷바람이 매섭게 추웠나보다.
천식엔 감기와 찬바람이 제일 무서운데 엎친데 덮친 꼴이다.
인솔교사가 전화를 했다.
다을이가 많이 아프니 하동에서 만나서
병원으로 데려 갔으면 좋겠다고.
엄마 아빠를 본 녀석은 울음부터 터뜨렸다.
의사가 밤에 호흡이 곤란하면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했다.
녀석들이 아프면 밤이 무섭다.
밤새 끙끙 앓는 소리는 부모가슴을 후벼 파고들어 뜬눈으로 밤을 새야 한다.
밤이 되어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고
호흡이 힘들어 병원에 데리고 갔다.
병원을 향하면서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이 든다.
내 탓이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덩달아 집사람,아버지, 어머니, 형제,장인, 장모, 처갓집 등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 밀려온다.
주위로부터 받고 누린 것 보다
주위에 주고 베푼 것이 없는 스스로 부끄러운 삶을 살아온 느낌...
검은 밤을 가로 질러 병원으로 달리는 차안에 온간 상념이 가득하고
어느새 다을이는 잠이 들었다.
다시 집으로 갈까 하다가 이왕 나선 걸음, 응급실로 들어갔다.
약간 어수선한 가운데
커튼이 쳐진 침상옆에서 할머니 한분이 구슬피 울고 있다.
그 옆 엔 한남자가 죄인마냥 고개를 떨군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접수를 하고 돌아오니 누군가 인사를 한다.
"재은이 아빱니다."
다을이와 같은 반인 재은이 아빠다.경찰이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내가 묻자
"직장일 때문에 왔습니다."라며 짧게 답하고는 무겁게 입을 닫는 모습에서
좋지 않은 일로 온게 분명하다.
옆에서 무릎꿇고 있는 사람은 동료경찰이었다.
교통사고로 할아버지를 치여 할아버지는 그자리에서 돌아가시고
그 시신을 응급실에 모셔다 놓고 할머니가 울고 계신 것이었다.
피해자 가족들이 다모일 때까지
응급실 침상 한곳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누워 계시고
한 쪽 곁엔 다을이가 치료를 받고 누워 있었다.
조금 있으니
천식으로 다른 아이들도 왔다.
3살 정도 되는 아이, 잠옷 입도 온 초등학교 2학년 아이 들이었는데
다들 다을이보다는 경미해 보였다.
약간의 치료를 받고 돌아 갔다.
다을이는 링겔을 맞느라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병원에 있다 왔다.
응급실의 풍경은 복잡미묘하다.
죽은 사람,유족, 의사,환자,간호사,보호자들이
모두 한 공간에서 같이 하고 있다..
다들 응급실을 갈곳이 못된다고 했던가.
하지만 어쩌면 응급실 밖의 세상도
응급실을 확대하고 늘려 놀은 공간에 불과 한지도 모르겠다.
다을이는 안정을 찾고 잘 자고 있다.
다을이 천식을 근본치료를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