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바람에 밤꽃향기가 묻어 온다.
온산 가득한 밤나무에 겨울 눈내린 것 같이 밤꽃이 만발하다.
밤 꿀은 약꿀이라 했던가.
낮동안 벌들은 열심히 집을 들락거린다.
다리엔 꽃가루를 한짐 달고들 들어온다.
올해는 이사하느라 벌수가 많이 줄어
꿀 수확이 얼마되지 않을 것 같다.
망하지 않고 살아 남은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오래된 마을 회관에 들어있는 물건 들을 다 들어냈다.
마을 회관 신축 예산이 확보되어 며칠 후부터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라
헌 집을 부수어야 한다.
포크레인이 와서 철거 할 수 있도록 모든 물건을 들어내
쓸 것과 버릴 것을 정리했다.
계속 쓸 물건 보다는 쓰레기가 훨씬 많았다.
유행이 지난 냉장고,텔레비젼,씽크대,전축,소파등 공장에서 나온 것들은
공장 문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쓰레기의 길을 간다.
당장 쓸 때의 편리함과 번쩍거리는 때깔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데 간데 없어지고 우리에게 많은 번거로움과 폐해로 돌아온다.
공장에서 나온 편리한 것들은 이제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이땅을 총체적인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다.
놔두면 공간만 차지하는 흉물이고
버리자면 버릴 곳이없고
매립하든지,태우든지 환경오염이고
그 오염의 피해는 전 지구적으로 계속 우리모두에게 작용한다.
회관 정리를 하면서 몇가지 물건을 챙겼다.
나무로 짜맞춘 풍로와
나무로 만든 찬장
다락방 문짝
누에 실뽑던 기계등 오래된 골동들이다.
오래 지난 것 들이지만 갖고 싶어지는 물건들이다.
두 종류의 물건 들을 보면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물건들의 총체적인 질을 가늠하면서
인간은 과연 진보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다.
물건에는
쓰면 쓸 수록 좋아지고 소중해지는 물건이 있고
쓰는 순간 부터 망가지는 물건이 있다.
집도 그러하고
옷도 그러하고
가구도 그러하고
기계도 그러하다.
쓰는 순간 부터 망가지는 물건이
이 세상에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인간은 퇴보의 역사를 걷고 있는 것이다.
쓰는 순간부터 망가지는 물건이 세상에 넘칠 수록
태어나는 그 순간 부터 망가지는 인간의 삶이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타고난 능력이 매일 매일 성장해서
불혹의 40이 되고, 50이 되어서는 모두에게 소중하고 귀한 존재가 되어
지혜와 경륜을 나누어주며 자유자재하게 세상을 살기보다는
철 지난 전자제품같이 버림받는 인생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들을 보면 아버지을 알 수 있듯이
피조물과 창조주는 닮아 있는 것이니까.........
시골의 밤공기가 밤꽃향기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쓰레기 태우는 냄새도 존재한다.
부디... 내 삶이
전자제품같은 인생이 안되기 위해 힘쓸 일이다.
향기나는 삶을 살기 위해 힘 쓸 일이다.
오늘도 개구리 소리는 여전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