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에서
월드컵 4강 진출 1주년이라고 작년 경기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작년 6월은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시간들이었겠지만
내게는 더 특별한 시간이었다.
작년 4월 차만들기를 하던중
정확히 말해 세작을 만들던 중간에
과로로 쓰러진 것이다.
겨울내내 집짓는 일을 했던 터라
체력이 바닥이 난 상태에서
차철에 밤낮으로 차만드느라
탈진한 것이다.
몸을 추스리기위해 선택한 것이 10일 단식이었다.
과로로 탈진한 놈이 단식을 한 것이
잘한 것인지
잘 못한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전화위복하여 지금은 모든 면에서 좋아졌다.
어쨌든
10일 단식과 20일 정도의 보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몸은 좀처럼 정상으로돌아오지 않았다.
과로로 쓰러진 경우엔 회복이 아주 느리다고 들었지만
너무 힘든 시간들이었다.
여전히 쓰러질 당시처럼
심장은 두근대고
손발이 차가워지고
뒷머리가 져려오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죽음의 공포와 같이 해야했다.
막연한 추상명사였던 죽음이
구체적인 느낌의 형용사로 느껴지는 하루하루가 계속되었고
나는 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안감힘을 쓰고 보내고 있었다.
온갖 약과 방법이 다 동원되었다.
한약, 민간 요법, 들풀 녹즙,족탕, 발효유산균 요법,
중국 기공사의 기공치료,점바치가 알려준 주술 요법,링겔투여,
보신탕,개소주,짱어,기도, 단전호흡,요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수단과 주위의 온갖 도움이 다 동원되었다.
그럴즈음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장시간 텔레비젼 시청도 못견디는 몸상태였지만
수건과 모자로 머리를 감싸고 텔레비젼 앞에 앉았다.
눈만 내놓고 보면 전자파 피해가 덜한지 머리가 덜 아팠다.
그러나 결정적 장면에서는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는 한국이 이기고 지는 것도 조마조마했지만
내가 쓰러지지 않을까도 같이 염려하면서 경기를 봐야했다.
집사람은 경기결과보다는 내가 더 걱정이었다.
경기가 끝나면 집사람은 내 팔다리를 주무르며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축구경기를 보다 심장마비로 죽는 사람이 뉴스에 간혹 보도되는 것을
떠올리며 나도 집사람도 월드컵 기간 내내 피가 말랐다.
워낙 축구를 좋아해서 경기를 안 볼수는 없었다.
이탈리아전에서 1대 0으로 지고 있다가 터진
설기현의 동전골과
연장전에서의 안정환의 골든골의 순간에는
심장이 터지고 숨이 멎는 것 같아
옆방으로 건너가 누워서 안정을 취해야 했다.
승리의 흥분과 몸상태에 대한 걱정이 같이 했다.,
한국 축구는 기적같이 월드컵 4강까지 올랐다.
그러나 내겐
내 몸이 이렇게 살아나 움직이는 것이
더 큰 기적이고
더 큰 영광이고 더 큰 행복이다.
돌아보면 꿈만 같은 작년 6월이다.
아........그래.....꿈은 이루어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