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차공예 박람회가 4박 5일간의 일정었지만
한달이상의 시간처럼 느껴진 시간들이었습니다.
삼합차 홍보가 주된 목적이었기에 나름 성과는 있었습니다.
밤늦게 도착해서 수요일 밤 11시에 집을 다 풀고
다음날 아침 셋팅을 마쳤습니다.
성광명 갤리리 전시관에 있던 천과 테이블 을 빌려 쓰고
그 위에 옻칠작품과 효석다기를 전시했습니다.
제가 가져간 차의 종류가 별로 없어 그나마 남은 공간을 훌륭하게 메꿔줬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엄여사는 차에 대해 열심히 설명합니다. 삼합차란 이름을 붙였지만 이름만 들어서는 알수 없어
사람들에게 많은 말을 해야 했습니다. 제가 이름을 잘못 붙였나^^ 싶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설명과 함께 마구 먹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외국인은 제 담당입니다.
외국인이 두리번거리며 지나가면 제가 현란한 영어로 일단 자리에 앉힙니다.
"헤이, 베이베, 캄온! " 손짓을 하면서 자리를 권하면 잘 앉습니다.
외국인에게는 잘 차를 권하는 경우가 없는지 잘 앉는 편입니다.
자리에 앉으면 차에대해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이게 무슨차에요?" 하는 표정......
영어실력이 짧은 관계로 삼합차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 이 차는 세가지를 섞어 만든 차입니다)
"디스 티, 쓰리 믹스! 유노? 오케이"
(이건 발효차고 이건 쑥이고 이건 상황버섯입니다)
발효, 쑥, 상황...떠오르는 단어가 없습니다.
"디스 이즈 레드티, 디스 이즈 코리안 허브, 디스 이즈.....음.....디 아더 섬씽"
간단한 설명에 고개를 꺼덕입니다.
우려낸 차를 따뤄 주면 마시고 자기네들끼리 맛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맛이 어떠냐고 묻습니다
"하우 어바웃?"
"굿, 프레쉬" 예의상 당연한 대답이 나옵니다.
다음은 차의 효능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차는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들어서 몸에 좋습니다.)
"디스티 이즈 베리 굿 포 유어 헬스"
(특히, 마시면 몸이 따뜻해는 걸 느낄수 있을 겁니다.)
"디스 티 메이크 유어 바디 핫!"
"오! "하면서 한잔을 더 마십니다.
이로서 차에 대한 이야기는 끝입니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깊이 들어가면 서로 피곤합니다.
그래도 몇가지는 더 묻습니다.
"웨어 아유 캄 프람?"
"하우 올드 아유?"
이 대화마저 끝나면 정적만이 흐르고 이 무료함을 견디기 힘든 외국인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차를 한통 구입합니다.
차가 입에 맞았는지 미안해서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외국인이 가고 나서 문득 생각해보니 제가 내뱉은 한 문장이 맘에 걸립니다.
(이차를 마시면 몸이 따뜻해집니다)를
"this tea make your body hot!" 이라고 했는데
뭔가 모르게...듣기에 따라서
( 이 차를 마시면 당신의 육체는 뜨거워 질것입니다)라던가
더 나아가서
(이 차는 당신을 달아 오르게 만들겁니다)
더 나아가
(이 차는 당신을 흥분시킬겁니다)
등등 ....
이런 뜻으로 알아 듣도 사갔으면 어떡하나 걱정입니다.
어쨌거나 외국인은 제가 상대하고
내국인은 엄여사가 상대합니다.
엄여사가 없으면 판매가 안됩니다.
3일째 밤엔 피곤해하는 엄여사와
일식집에 가서 맛있는 걸 먹었습니다.
간만에 사주는 맛있는 거라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지막날은 좀 피곤해 보입니다.
그래도 마음은 홀가분해 보입니다.
마직막날 행사를 마치고
비속을 뚫고 지리산으로 오면서 행사를 정리했습니다.
일단 경제적으로 손해보지는 않았구요.
홍보면에서도 여러사람들이 이런차도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의미있는 인연도 맺게 되었습니다..
행사기간 중엔 힘들어서 다시는 안오겠다에서
마지막엔 오길 잘했다로 정리되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3시 30분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 사이 앞산까지 노란 단풍이 내려와 있었습니다.
아! 여기가 내가 사는 곳이구나. 참 좋은 곳이구나
감사의 마음 가득합니다.
끝까지 같이 한 애마한테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