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암 천안 스님께 전화를 했다.
유로차를 드시는 스님이신데 그 동안 불사 중이던 암자를 마련하신 모양인지 얼마전 기도 안내문이 왔다.
100일기도 얼마 49제는 얼마 인등은 얼마......
절은 복을 빌어주고 신도는 시주를 한다.
절은 시주돈으로 굴러가고 요즘에 생각되는 바가 있었다.
저마다 잘하는 것이 있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에게 믿고 맡기는 일이 있듯이 기도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에게 필요한 걸 주고 부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안 스님정도면 올곧게 기도를 잘 하실 것 같았다.
"스님 유로제다 입니다."
"몸은 건강하신가? 소식듣고 마음이 아팠는데..."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스님 불사가 끝나신거 같은데 등이나 하나 달아주십시오."
"인등말인가?"
"예,스님. 인등은 얼맙니까?"
"한사람에 6만원이야"
"그럼 집사람만 올리겠습니다."
생년월일과 이름을 불러드리자
"아, 애들 불을 밝혀야 애들이 잘돼지"
"아, 예"
이렇게 하다보니 다섯 식구 이름을 다불러줬다.
계좌 번호와 금액을 서로 확인하고 전화를 끊고 보니 영 마음이 무거웠다.
6만원 정도면 적당할 것 같은 데....
집사람은 펄 쩍 뒨다.
"당신이 30만원 어디가서 벌어 와라"
집사람이 웃으며 쏘아댄다.
사흘 정도 망설이다 10만원만 보내기로 했다.
"스님 유로제다입니다."
"네,처사님. 아미타불.."
"스님 금방 입금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돈이 없어 10만원만 넣었습니다. 인등은 집사람것만 달아 주세요"
"식구들 다 올려놨고,돈은 됐어. 처사님 몸이나 잘 챙기시게."
이렇게 해서 무거운 짐(?)을 덜게 됐다.
아는 분들이 우리가 새집으로 이사왔다고 봉투에 돈 넣어 주듯이 절 지으셨는데 고생하셨노라고 그냥 시주돈으로 드리는 건데 받는 스님도 안미안케 한다는 것이 어렵게 되어버렸다.
생각하니 복은 스스로 구하는게 가장 바람직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