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을 장만해 놓고 보니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마다
장작에 밑불을 댈 만한 잔가지가 없어 박스를 찢어 불을 붙이려니
좀 불편하다. 마침 옆집에 헌집개량을 하면서 모아둔 잔나무가지 더미가 있어
주인의 허락을 받아 쓰고 있다.
흐트러진 잔가지들을 가지런히 모아 다발 다발 묶었다.
손가락 굵기의 잔가지 들은 사실 별 불담이 없다.
아궁이 굼불이나 나무난로에서 대접을 받는 건
활활 타오르거나 벌겋게 달아 오르는 굵은 나무 장작개비들이다.
하지만 잔나무가지들의 밑불 없이는 굵은 장작은 활활타오르지 못한다.
잔가지를 장만하자면 잔손도 많이 간다.
하나 하나 낫으로 끊어야 하고 끝을 잘 마춰서 차곡 차곡 잰 다음
노끈이나 칡넝쿨로 질끈 동여메야 한다.
나무 하나를 베면 장작장만하는 것보다 잔가지 정리하는게 더 번거롭다.
집안 일로 치면
어머니의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잔일꺼리와 같고
조직으로 치면
사소하지만 번거롭고 귀챦은 이런 저런 잡무와 같다.
공연으로 치면
전기, 조명, 음향, 스케줄 관리에서 부터 행사 뒷정리.. 등등의 일과 같다.
빛나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꿈꾸어 본다.
어릴적 할아버지의 잔잔한 손길이 모인
처마밑에 쟁여진 나무다발과도 같은
찬찬하고 조용한 정성이 스민
그런 일을 일상으로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