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악양 매계마을을 찾았다.
평소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동희네 집은 구들을 놓아 준 집이고
다솜이네 집은 리모델링을 해준 집이다.
동희네 집은 18평짜리 집으로 전통 한옥 방식 그대로 지은집이다.
기둥,대들보,도리,석가래등을 모두 굵지 않은 육송을 사용했고
벽도 시멘트 하나 섞지 않은 황토만을 써서 심벽을 쳤다.
좁은 평수지만 방3개, 부엌, 마루가 있는 집이다.
방 두개는 구들방인데 한 아궁에에서 불을 지피면
한방씩 차례로 데워지는 방식이다.
안방 아랫목에 앉아 과일 대접을 받았다.
채 두평도 안되는 안방.
바닥은 황토염색한 천을 발라 기름을 먹여 참 예뻤었는데
이제는 제법 때를 많이 탔다.
하루에 한 번만 불을 넣는데 뜨끈한게 금새 온몸이 후끈해진다.
동희 아빠 말이
요며칠 전부터는 한낮에 불을 넣는다고 한다.
어차피 하루에 한번씩인데 어두운 저녁보다는
한낮에 불을 넣는게 훨씬 편하고 한다.
나도 한번 고려해봐야 겠다.
늦둥이 아기가 하나 더 생기는데
집이 좁을 것 같아 창고에 방을 하나 넣고 싶다고 한다.
집이 18평이니 요즘 생활엔 좁은게 당연 할 것이다.
다솜이네는 황토는 거의 들어가지 않은 집이다.
반면 25평에 방2, 다락방1,욕실 부엌 거실이 갖춰진
퓨전식 집 구조를 하고 있다.
집의 구조가 편리하고 단열이 좋아
리모델링의 결과에 아주 만족하는 편이다.
집을 고치기 전 너무 춥게 살아 단열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써서 고친 집이다.
두 집 다 새 집이지만
한 집은 전통적인 소재와 구조에 포커스를 맞춘 집이고
다른 한 집은 편리성에 촛점을 맞추고 고친 집이다.
어느 것이 좋다고 말은 할 수 없지만
어잿거나 집이라는 "틀"이 생기면 좋든 싫든 그 틀의 영향을 받고 살게 된다.
지속적으로 그 틀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기에
심사 숙고 해야 하는게 집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몸이 들어가 사는 집이라는 틀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한가지가 더 있다.
마음의 틀이 그것이다.
나이들면서 굳어져 가는 마음의 집틀은 뜯어 고치거나 새로 짓기가
수천만원 들여 지은 집보다 더 힘든법.
좋은 마음의 집틀을 짓고 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