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 감나무 아래서 어쩌다 산삼이야기가 나왔다.
이전에 있었던 산삼이야기를 들려주셨다.
1. 산삼과 수명
어느 할아버지가 산속에서 산삼을 발견했다.
허겁지겁 산삼을 캐놓고는 그자리에서 할아버지는 고민에 빠졌다.
이걸 누굴 줄까? 아들을 먹일까 ? 딸을 먹일까?
아니면 팔아서 돈을 할까...
한참 고민하던 할아버지는 결정을 내렸다.
"산삼을 발견한 건 내 복이니 내가 먹어야겠다."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산삼 한 뿌리를 몽땅 먹어 치웠다.
잠시후 몸이 후달리면서 비몽 사몽 한참 잠을 자고나서야 깨어났다.
그 후로 할아버지는 붉은 대추빛 혈색으로
겨울 눈밭에서도 섶을 벨 정도로 건강하게 살다 돌아가셨다.
이야기를 전하는 홍영감님은
산삼은 수명을 늘리기 보다는 자신의 수명대로 건강하게 살다 가게 하는 약이라 하셨다.
2. 산삼과 며느리
지리산 나물을 캐서 파는 며느리가 있었다.
하루는 대소쿠리 한가득 나물을 캤다.
묵직한 나물 소쿠리를 옆구리에 끼고 오기가 힘들어
머리에 이고 오려니 머리가 아파,
풀을 한 움큼 뜯어 둥글게 말아 따바리를 만들어 머리에 얹고
그 위에 대 소쿠리를 이고 집으로 내려 왔다.
며느리가 뜯어온 나물을 손보던 시아버지가 후덜거리는 목소리로 며느리를 부른다.
머리위에 얹는 따바리를 말아 만든 풀들을 들어보이며
" 너, 이거 어디서 뜯었냐?"
"산에서 뜯었어요."
"이거이 산삼 이파리여!! 너 이거 뜯은 자리 기억하지? 기억할 수 있겠어?"
그냥 풀이라고 뜯어온게 산삼 이파리라니, 이제 뿌리만 캐오면 큰돈을 벌수 있는 일이다.
며느리는 다시 그자리를 찾아 갈수 있겠다고 말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식구들은
다음날 이른 새벽 산으로 향했다.
하루종일 어제 다녔던 길을 뒤졌지만 산삼을 캘 수는 없었다.
3 산삼과 노루
아랫마을 사는 영감님의 형님되시는, 지금은 돌아가신 분의 이야기다.
영감이 어느날 산에서 산삼도 아닌 산삼밭을 발견했다. 그야말로 산삼노다지였다.
그런데 때가 이른 봄이라
이걸 지금 캐서 팔아도 되는지 가을에 캐서 팔아야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매일 매일 출근 하다시피 몰래 몰래 산삼밭을 돌아보는 일이 일이었다.
어느날 이발소에서 넌즈시 물어보았다.
"산삼이 지금 캐도 약이 되나?"
"가을에 캐야 약이 될껄.."
혹시나 누가 눈치나 챌까 입을 다문 영감은 가을에나 캐서 팔려고 맘을 먹고는
아예 구례쪽에 논을 사려고 알아보기까지 하면서 꿈을 키워나갔다.
가을만 되면.....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산에서 덧에 걸린 노루를 발견하고 그 놈을 잡아먹었다.
산골에서는 노루고기를 먹으면 재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일까.
영감은 늘 가던 산삼밭을 찾아 갈 수가 없었다.
채소가꾸듯이 오가던 산삼밭이었는데 찾아 갈수가 없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영감은 아차 싶어 구례장에 가서 제사장을 봐서는
산신에게 용서를 비는 (山祭)지내기를 여러번 했지만 별 무소용이었다.
노다지 산삼밭을 잃어버린 영감은 결국 실성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넋이 나가 살다 돌아가셨다고 한다.
얼마전 5년 묵은 장뇌 산삼 화분 5만원짜리 2개를 사서
부모님께 선물로 사서 드렸다.
점점 세상에 귀한게 없어지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