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게 수염을 기르고 있다.
코밑과 구렛나루 턱밑까지 검은 털이 뒤덮고 있다.
거울 속의 털보를 보며
이번 기회에 아예 길러볼까 생각 중이다.
나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수염 기른 사람을 좋게 본적이 별로 없다.
대개가 괴짜, 기인이거나 다른 사람의 눈에 특별하게 보이려고 하는 듯하고
보기에도 지저분해 보였다.
지금까지 기른 것중 가장 길게 수염이 자라고 있다.
음식을 먹는데 약간 걸리적거리기 시작할 정도로 자라고 있다.
어느 정도 기르다보니 약간의 매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뭐랄까,,
길가의 잡초나 산야초에게서 느껴지는 야생의 생명력 같은 것이 느껴진다.
머리카락은 20대 시절에 비해 많이 빠져 적잖은 스트레스가 느껴졌으나
수염은 여전히 왕성하게 잘 자란다.
거울을 보며 수염을 만지작거리는 재미도 솔솔하다.
어떤 분이 말씀하셨다.
요즘남자들이 남자답지 못함은 수염을 내시처럼 몽창 깍아버려서 그렇다고
옛날엔 중들도 수염은 안깍았다고......
아닌게 아니라
수염이 어느 정도 이상 자라면서 약간의 변화가 느껴진다.
생각이나 행동이 진중해지고
기운도 안정이 되는 듯하다.
하긴 수염 기른 놈이 방방 뛰고 촐싹거리면 매우 이상할 만도 하다.
아무튼 아래로 잡초같이 무성히 자라는 수염같이
지금부터의 내 삶도 아래로 무성히 뿌리내리기를
빌어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