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잠이 덜 깬 채 밥상앞에 앉고서야
밤부터 비가 내린 줄 알았습니다.
또닥 또닥
양철 지붕 때리는 소리가 그리 크지 않은 걸로 봐서
바람도 없이 조용히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서쪽으로 난 차실 쪽문을 여니
세월은 이미 가을에 푹 젖었습니다.
은행나무잎은 가장자리서 부터 노란잎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한 여름 성성한 초록의 기운이 이제는 노릇 노릇 꺽여지고 있습니다.
나무도, 사람도 세월이 지나면 저렇게 익어 가야하는게 자연의 이치인가 봅니다.
제가 가을이 좋은 건 아마도 겨울이 곧 오기 때문일 겁니다.
언제부턴가 겨울이 좋아졌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겨울이 좋습니다.
뜨끈한 아랫목과 추위를 넉넉히 견딜 따뜻함만 있으면
행복감이 가득한 계절입니다.
그런 겨울을 알리고 예고하는 모습을 한 가을이 그래서 좋습니다.
차밭에는 차꽃이 피었습니다.
열매와 꽃이 같이 달리는 차나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특별한 나무란 생각이 듭니다.
계절을 초월해서 항상 빛이 나는 나무입니다.
우리 둘째 딸아이 이름이 다을(茶乙)입니다.
차는 시간을 초월한 나무이고
새는 공간안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놈입니다.
자유로운 인간이 되라는 뜻으로
차나무와 새를 이름에 넣었습니다.
최헌의 가을비 우산속이란 노래가 듣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