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다시 차는 경우는 없습니까?"
엑스레이 사진에 나타난 잇뿌리 부분에 둥글게 고름 주머니가 생긴 어금니 사진을 보며 의사에게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냉정했다.
"절대로 없습니다."
짜식이, 그런 경우는 거의 없으니 그냥 뽑는게 좋겠습니다 라고 해도 될 껄..
우지끈 하는 느낌과 함께 어금니 하나가 뽑혔다.
난생 처음 뽑혀 나간 커다란 이빨의 빈자리...
혓바닥에 닿이는 느낌도 내 마음도 너무 허전했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은 마취가 안풀려 뒤틀려 있었다.
이빨이 썩은 것도 아닌데...
잇몸관리를 안한게...
회한이 크게 몰아쳤다.
멀리 진주까지 나간 건 다른 방도가 있지 않을까 해서였는데 이번엔 어쩔 수가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나 보다.
집사람은 겨우 하나 뽑은 걸 갖고 뭘 그러냐면서 위로해주었다.
국도로 돌아오는 길에 진주 진양호 부근에 있는 묘목원에 들렀다.
잔디 한평과 동백꽃 한그루, 연산홍 일곱 포기를 샀다.
집에 돌아와 여기 저기 자리를 잡아 돌계단 사이사이에 잔디를 심고 양지 바른 곳에 연산홍과 동백꽃을 심고 나니 뽑힌 이빨에 대한 허전함이 조금은 달래진다.
잔디야 연산홍아 동백나무여 무럭 무럭 자라다오.
꽃피우고 줄기뻗어 훗날 이빨 뽑은 날로 부터 이렇게 잘자랐노라고 나에게 말해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