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못보낸 차를 마무리하느라
달그락 달그락
나무주걱으로 무쇠솥을 긁는 소리를 내고 있자니
앞집 도공이 찾아 왔다.
\"무슨 일을 하루도 안쉬고 한데?\"
옆에서 보기엔 그런가 보다.
말을 듣는 순간 참 말도 안되는 소리다 싶다가
다시 생각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배가 고파 허기가 져야 비로소 먹기위해 일을 쉬니까 말이다.
내가 지금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고 살고 있는가 보다.
요즘은 아침에 눈 떠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가지
차만드는 일로 차 공장에서 산다.
누구가 찾아 온다고 해도 몇일 있다가 오시라고 무례한 사양을 한다.
아마 정말 내가 부지런해진건 아닐꺼다.
주문은 들어 왔는데
보내 주지 못하고 있으니
주문이 끊어질 때까지는 쉴수가 없으니 그럴꺼다.
돌아보니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리산에서 들어와서 10년가까이
놀만큼 놀고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 정말 바쁘게 일하며 살고 싶다.\"
오늘 날들이
이루어진 그 꿈의 날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침부터 밤까지
내가 생각하고 노력해서 찾아내고
나를 다스리고
나를 평가 받고
반성하고, 기뻐하고
기록하고, 계획하며
앞날을 오늘날에 하나 하나 쌓아가는
전에 없던 이런 날들은 살고 있다.
이런 날들이 있어 정말 정말 다행이다.
나태하고 게으른 날들에 대한 조그만 속죄이며
은혜입은 소중한 인연들에 대한 작은 보답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런 날 들을 계속 살기 위한 내일의 계획!
80%의 힘은 일하는데 쓰고
20%의 힘은 쉬는데 쓸 것!!
떠오르는 지난 날의 묵은 기억 하나
\"나는 맨날 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왠지 미안하고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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