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켜놓고 돌아오니 앞집 지은이 엄마가
고구마 순을 한아름 안고 온다.
집마당에 있는 자두나무에써서 딴 큼지막한 자두 두개와 같이.
고구마는 씨고구마을 일찍 심어 줄기가 무성해지면
그 줄기를 잘라 장마철에 심는다.
사실 얼마전에 시장에서 고구마 순을 사다 심었는데
대를 세우고 살아난 놈보다 죽은 놈이 더 많은터인데
마침 새순을 가지고와 내심 반가왔다.
주문들어온 차를 포장해서 택배보낼 준비를 마치고 공장 마당곁의
밭으로 가서는 먼저 심어 놓은 고구마 두둑의 빈자리에 얻어놓은 모종을
심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말이 텃밭이지 채소보다는 잡초가 더 많았다.
동네 사람보기도 부끄럽고 해서
집사람도 나도 작심하고 텃밭을 가꾸고 있다.
올봄엔 이미 상추 치커리 고추를 심어 맛있게 먹었다.
아니 서울 부산으로까지 나눠먹기까지 했으니 올 농사는 성공적이다.
우리가 짓는 농사래야 아직 흉내만 내는 텃밭 농사지만
동네 사람하는 것 보고 부지런히 뒤따라 하면 반은 넘는다.
내손으로 뿌리고 심어 놓은 것들이 땅속에다 뿌리를 내리고
싹을 내고 줄기를 뻗고 잎이 무성하게 자라는 걸 보면
자식 낳아 기르는 기쁨과도 같은 작은 감동이 있다.
심어 놓고 돌보지 않으면 결실 또한 적거나 없다는 교훈도 있다.
고구마는 매년 어머니가 많이 보내주시지만
집사람이 고구마 줄기를 까서 만드는 나물요리를 워낙 좋아해서
굳이 많이도 심었다. 고구마보다는 줄기가 더 큰 목표인 것이다.
덤으로 고구마 씨알도 많이 차면 올 겨울엔 군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이 여름을 기억할 것이다.
잡초에 점령되지 않고 우리의 손길로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는
손바닥만한 텃밭을 보며
"삶이 그냥 이렇게 단순할 순 없나"
풋고추 몇개를 따서 들고 주린 배를 채우러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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