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화순에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다도 명상 수련원\'의 개원식이었습니다.
잘 꾸며진 차실에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차를 만드는 사람 이상으로
차를 아끼고 즐기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됩니다.
그럴 땐 차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의 하루하루가 부끄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나 이번 모임을 준비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진지함,
영혼의 순결을 위한 일상의 노력들 그리고
그 매개체로서 차를 삼았다는 점에서
차를 만드는 사람의 손길과 자세를 다시 가다듬게 되었고
제다인의 마음이 차에 투영된다면
1년 열두달의 마음가짐의 차에 나타나는 것이지
차를 만드는 두어달의 마음가짐이 차에 나타나는 것은 아님을
다시한번 머리속에 새겼습니다.
오늘 모임의 그 사람들처럼 차를 명상의 수단으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차를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기에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초발심으로 처음 만든 차에는 정성이 가득 묻어 있고
욕심으로 만든 차는 욕심이 묻어 있습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혹 아무도 모른다 해도
차가 물에 우려지는 순간 그대로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비단 차라서 그렇다기 보다는 먹는 음식이라면 다 그러할 것이라
여겨집니다.
차나무는 영목(靈木)라 그 드러남이 더 확연하여
수행의 한 자리를 꿰차고 앉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나아가 저는 차를 德木이라 부르고 싶어집니다.
수행의 방편으로 진지하게 마셔도 좋고
만만한 음료로 식전식후로 식당에서 마셔도 좋고
친한 벗들과의 만담사이에 끼어 있어도 좋고
희노애락으로 흩어진 마음을 추스리기에도 좋기에
가희 德木이라 부를만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걸맞는 덕을 길러 나가는 것이
제다인의 몫이기도 하다고 생각되어진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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