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석은 지금 장작가마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가마를 짓는데 쓸 흙벽돌을 찍는데 필요한 산청토를 실으러 산청에 다녀왔다.
가는 길에 효석의 안사람도 같이 가게 되었다.
그러나 효석 집사람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얼마전에 둘째를 가졌는데 입덧이 너무 심해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생선같이 비린내 나는 음식은 물론이고 심지어 맹물도 먹으면 토하는 심한 입덧으로 애기엄마는 몸무게가 5키로 정도 줄어 있었고 효석도 이런 아내때문에 힘든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첫째 자경이를 가졌을 때도 6개월 정도 입덧이 계속되 고생이 심했던 효석은 둘째를 가졌다는 기쁨 못지 않게 입덧에 대한 우려도 많이 했는데 실제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입덧을 통해보면 엄마 몸속에 자리잡은 태아는 무자비하게 자기 필요한 만큼 몽땅 가져가서 자기 몸을 만드는 것이다.
여성으로서의 건강은 산모가 되면 일단 체크가 된다.
그리고 아이를 낳을때의 진통하는 정도를 보면서 또한번 진단이 된다.
입덧없이 먹고 싶은 것 실컷 먹고 적당한 진통으로 건강한 아이를 순산하는 것이 출산에 관련된 여자만이 누릴 수 있는 복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땐 여성만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임신과 출산 육아를 통해 여자는 아름답고 성숙한여인으로 거듭난다는 사실이다.
아기가 뱃속에 있는 열달동안 두사람 몫을 먹어주고 입덧으로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생명력 가득한 아이가 몸속에 있음으로 해서 산모의 몸도 다시 태어나게 된다.
아이는 임심한 그 순간부터 부부라는 나무에서 뻗어나간 뿌리이기도 하고 줄기이기도 하고 사랑의 열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가진 10달동안 5장 6부가 두개가 가동되니 10장 12부의 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부른 배로 인해 척추가 곧게 교정되고 틀어진 골반도 교정이 된다.
옛 말에 젖먹이는 여인네는 임금님도 돌아본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낳고 젖먹일 때의 여자가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다.
이것은 집사람과 주위의 경우를 보면서 누차 확인할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 교정되어 바로 잡아진 몸에 출산의 고통도 이겨냈고 사랑으로 아이를 보듬고 있으니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출산후 아이를 기르며 애기 엄마는 천사같으면서 아기에게 동시에 자기밖에 모르는 귀여운 악마의 모습을 한 애기에게 사랑을 베푸는 법도 배우고 인내심도 기르게 된다.
여성은 굴레와도 같은 생리,임신,출산육아를 통해 사실은 거듭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예전에 이미 우리의 어미을 통해 무조건적으로 받았던 것을 돌려주는 과정에 불과하며 받은 만큼 돌려 줄 때 비로소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옛어른들이 누차 한 말 "저것이 언제 사람 될꼬?" 그 말의 이면엔 이런 저런 깊은 뜻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
여자들은 살이 찢어지며 아이를 낳으며 또 아이똥를 치우며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아파우는 아이때문에 밤을 새며 '우리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웠겠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온전한 여인이 되어가는 순간이 아니겠는가 무식한 소리일지도 모르겠으나 많이 낳고 많이 기를 수록 더 큰 사람이 되지않을까......
집사람이 입덧을 할때 나는 막 짜증을 냈다.
밥도 제때 안주고 반찬 하면서 웩웩거려 짜증이 났다.
말하고 보니 그 때 먹은 밥은 사람다운 아내가 사람 덜된 남편에게 해준 밥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여러가지를 요구하기만 한다.
그리고 고향의 부모님은 뭐든 되는 대로 베풀어 주려고만 하신다.
그 가운데 있는 난 언제 사람다운 사람이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