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에 이상윤씨 집에 구들을 놓아주고 있다. 18평짜리 한옥으로 옛방식 그대로 짓고 있는 집이다. 당연히 구들은 필수다. 오랜 만에 하는 노동이라 힘이 든다. 특히 돌을 들고 찐득찐득 황토를 바르는 일은 진이 빠지는 일이다. 어쩌다 구들 놓는 일을 배웠다고 여기 저기 놓아주게 된다. 차분하게 천천히 해야 되는 일이고 돌과 흙과 힘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다. 수 년 전수몰된 용담댐 지역에서 뜯어보았던 여물고 과학적인 그런 구들을 놓아보고 싶지만 시간이나 여건 때문에 잘 안된다. 내집을 지을 때도 구들 돌이 모자라 웃목에는 스레트를 이용해서 구들을 놓았다. 아마 오랜 준비를 하고 단단히 맘먹어야 그 때 보았던 그런 구들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놓고 있는 구들엔 방 한 가운데 소금항아리를 묻었다. 구들 놓는 데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방 한가운데 소금항아리를 묻는 방식은 어떤 스님에게 배운 구들 방식이다. 구들장 밑에 큰 구덩이를 파서 항아리를 놓고 그안에 소금을 채워넣는 방식이다. 소금은 열을 증폭시키고 저장한다. 굼불을 때게 되면 구들장과 함께 달궈진 소금항아리는 오래토록 방가운데서 열을 내품는 히터 역할을 하고 습기가 있는 날엔 습기를 머금어 구들이 습해지는 것을 막는다. 집짓는다고 입안이 헐 정도로 온갖 노력과 정성을 쏟아붓고 있는 집에 뜨끈한 아랫목을 장만해주는 일인데 불도 잘 들고 골고루 뜨뜻한 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구들은 불을 때 보기 전에는 잘 되었는지 잘못 되었는지를 가늠하기 힘들다. 내일 저녁쯤이면 불길 드는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불이 잘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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