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이 모이면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간다.
그 중에 나이 많은 영감님들이 도깨비에 관한 저마다의
경험담들을 늘어 놓을 땐 귀가 더욱 솔깃하다.
이전까지 도깨비 불에 대해 내가 알기로는
인골(人骨)이 묻힌 부근에 사람 뼈속의 인 성분이
비오는 날과 같이 습한 날에 뜨 다니는 것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일종의 형광물질과 흡사하리라는 짐작정도였는데
동네 영감님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도깨비불의 모양새는 전혀 달랐다.
마치 햇불 같이 빨갛게 타오르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계곡 건너 편에서 횃불같이 타오르는 도깨비 불이
여럿이 모였다 흩어졌다 하며 이리저리 우루루 몰려다녔다는 것이다.
가까이 가서 볼라치면 다가간 그만치 멀어지고 있던 자리까지 가보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반대편 동네사람들이 우리동네를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39살의 우리동네 반장인 지은이 아빠의 경험담은 제일 젊은 사람의 경험담으로서 더욱 믿음이 간다.
메기낚시를 위해 밤에 계곡을 따라 올라 가던중
도깨비불 같은 것이 계곡에 떠다녀 돌을 집어 던지니 산위로 사라지더니
잠시후 패거리를 데리고 온 듯 여러개의 도깨비불이 떼로 몰려내려와
낚시대도 다 집어던지고 혼비백산 도방쳐 내려왔다고 했다.
도깨비를 만났을 때의 요령도 들었다.
도깨비를 만나면 주로 씨름이나 힘겨루기를 하자고 하는데
이때 절대로 올려다보면 안된다고 한다.
내려다 봐야지 올려다 보면 자꾸 크게 보여 이길 수가 없다고 한다.
용감하게 싸워 꽁꽁묶어서 나무에 매달아 놓고
다음날 아침에 가서 보면 비자루가 메달여 있다며
도깨비는 부엌에서 오래 사용해서 짧아진 몽땅 빗자루에 사람 피가 묻어서
변한 거라고 했다.
다음은 자경이 엄마가 들은 이야기다.
도깨비는 장난이 심하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는 사람이 있으면 도깨비라는 놈이
뒤에서 잡아당겨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하고,
사가지고 가던 고기를 한점 떼어 던져주면 놓아 주는 것이다.
어떤 할아버지는 집에 늦게 돌아갈 때마다 도깨비에게 골탕을 먹곤 했는데
하루는 여자모습을 한 도깨비가 자전거를 태워달라고 해서
옳지! 오늘은 혼을내주마 마음먹고는 일단 자전거에 태운다음
으슥한 곳에 다다라서는 흠씬 두들겨 패주고 도망쳐 왔다고 한다.
며칠뒤 이웃마을 누구네 며느리가 누구한테 맞아서 이빨이 다부러지고
많이 다쳐 병원에 누워있다는 소문이 났다.
할아버지는 돈뭉치를 할머니에게 건네며 그 집에 갖다주라고 하며
의아해 하는 할머니에게 "그냥 불쌍하니 도와 줍시다"라고만 했다.
한참 세월이 흘러서야 자기가 그집 며느리를
그렇게 만들었노라고 전후사정을 말해주었다고 한다.
옛사람들에게 도깨비는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장난심한 도깨비는 정신이 허한 이나
술먹고 늦게 집에 돌아가는사람에게 나타나서는
골탕은 먹여도 해치지는 않았다.
그 흔하던 도깨비불이나 도깨비는 전기불이 들어오면서부터 사라지고
이제 이야기에서조차 자취를 감추었다.
도깨비불은 어디로 갔을까
도깨비들은 어디로 갔을까
문명의 전깃불은 한밤의 칠흙같은 어둠을 밝히며
도깨비도 도깨비불도 사라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마음 속에 막연한 두려움도 사라지게 했다.
이제 무서울게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들이 다시 나타난다면
장난치듯 혼내주는도깨비들의 모습이 아니라
정말 무서운 심판자의 모습으로 돌아올 지도 모를 일이다..
혼자 생각이지만 도깨비라는 말은
"바른 길(道)를 깨친(깨우쳐주는) 선비\" 혹은
"바른 길(道)을 깨우쳐주는 비짜루(=회초리)"의 줄임말일 거라고 생각이 든다
머리에 뿔난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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