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며칠 동안 곶감을 깍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곶감 매달아 놓을 준비를 하던 중
초등학교 학예발표회에 가 있는 집사람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나 학교에서 점심 먹고 가니까 점심 알아서 챙겨 먹어."
"그래,알았어."
점심먹고 조금 깍아 볼 작정으로 집에 가는 길에 저온창고에 들어 있는 감 세박스를 꺼내
트럭에 싣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 앞 오르막길 모퉁이을 홱하고 잡아 도는데 뒤에서 쿠당탕거리는 소리가 나서 돌아본 순간
아찔한 광경이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마치 영화나 CF 광고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빨간 감들이 까만 아스팔트위를 떼지어 데굴 떼굴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그저 멍하게 바라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트럭짐칸에 감박스를 싣고 문을 닫지 않은채
커버길을 돌다 보니 박스가 굴러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멍하게 바라 보고 있는 동안
감은 저 아래로 계속 떼굴 떼굴 굴러 갔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차를 길가에 세우고 내려보니 감박스 세 개가 모두 떨어져 있었고
한 박스는 착지를 잘 해서 무사 하고 착지에 실패한 두 박스의 감들이 저 아래로 달아난 것이었습니다
빈 감박스를 들고 길 아래로 달려 내려갔더니 아직도 굴러 가는 놈도 있었고
계곡 아래로 떨어져 박살이 난 놈, 길 가 꼬랑에 떨어진 놈도 있었습니다.
감을 주워 담는 동안
"당신은 끝이 흐지 무지하니까 항상 마무리를 잘하라" 집사람의 입버릇처럼 내게 하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구르는 돌은 이끼가 안끼지만
구르는 감은 속에 멍이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곶감으로 하기엔 뭐해서 쪼개 말려 감말랭이를 만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