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을 집짓는 일로 겨울나기를 잘못해서 올 봄엔 몸이 많이 힘들었다.
겨울은 그저 곰처럼 겨울잠 자듯이 웅크리고 있을 일이다.
몸이 부실하니 일이 더욱 힘이 든다.
조금만 일을 해도 성능 떨어진 밧데리 마냥 금방 힘이 떨어져 버려 드러누워야 한다.
덕분에 많은 일들은 집사람 차지가 되었고
나는 옆에서 보조나 하는 처지다.
그렇게 하다보니 이런 역할 바꾸기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맘이 몸보다 앞서는 스타일이다 보니 늘 조급한 마음으로 일을 하는 나보다
하나 하나 차근 차근히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집사람이 일을 하니
일이 더 안정감이 있다.
조밀하고 꼼꼼한 내가 옆에서 보조하고 꾸준한 집사람이 일을 차고 나가니
집사람도 편하고 나도 편하다.
진작 이랬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 보니 일을 하는데도 그 사람에게 마자는 자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요사이 느끼는 다른 한가지는
일은 천천히 꾸준히 할 때 제대로 된다는 점이다.
일도 제대로 될 뿐 아니라 일하는 사람도 점 점 일과 함께 여물이 진다.
천천히 꾸준히 일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조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음이 너무 앞서가고 몸과 일은 허겁지겁 따라가다보면 일도 제대로 되지 않고
몸도 탈이 나고 만다.
결국은 마음의 모양새가 일의 모양새로 나타난다.
올해는 여러가지 이유로 차작업량을 줄이면서 여러가지로 얻은 게 많다.
일의 여백을 얻음으로써
생각과 생활과 마음의 여백이 생겼다.
자연에 어울리는 당연한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