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하다 말고 집으로 돌아왔다.
전날 저녁먹은 돼지고기가 안좋았는지
속이 메스껍고 뼈마디가 쑤셔 일을 할 수 없었다.
급체에 몸살까지 온 모양이다.
집에 와서 이불덮고 누워있자니 집사람이 걱정스럽게 나를 부른다.
윗채 보일러가 터진 거 같다고 했다.
천근 만근 몸을 이끌고 가보니 순환모터 고무박킹이 얼어터졌다.
곧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어 철물점에 가서 부품을 구해 고쳐놓고 나니
몸이 더 쑤셔온다.
집사람이 차려준 죽을 먹고 있자니 이번엔 동네 사람이 찾아왔다.
앞집 수도가 터진 거 같다고 봐달라고 했다.
집주인은 부산 딸네집에 가서 살고 여름휴가 때나 오는 집인데
사람이 안 살고 난방을 꺼논 상태라 얼어터진 모양이다.
문이 잠겨 있어 집안으로 들어 갈 순 없고
그집으로 들어가는 수도 배관을 찾아 밸브를 잠궈야 했다.
기억을 더듬어 그 집 뒤 차밭을 괭이로 팠지만 찾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몸이 너무 힘이 들어 동네 사람들을 불렀다.
마을회관에서 놀고 있던 영감들이 괭이들 들고 왔다.
"내가 몸살이 나서 땅을 못파겠네요"
"돈독이 올라서 그렇지.'
"무슨 돈독 말이요?"
"이 엄동설한에 돈벌러 다닌다고 일하니까 돈독이 오른거지 뭐야?
찬바람 쐬면 안좋으니까, 얼른 들어가."
하루종일 구들장을 지고 누워 있자니
몸이 더 쑤셔온다.
그래.. 어쩜 ... 이게 돈독인지도 몰라.
자기 몸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일하는게 돈독이지 뭐야.
일을 해서 병이 나고 종내는 쓰러진다면 그게 돈독이지 뭐야.
한 이틀 쉬고 나면
혹은 새봄이 오고 나면
돈독이 풀리려나 모를 일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