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일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서는데 현관에 앞집 보살이 와서 집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 있는게 뭔가 문제가 있어 찾아 온 거지 싶다.
"안녕하세요. 어찌 오셨어요?"
"반장님 마침 잘 오셨네. 또 개가 마당에 똥을 싸놓고 갔어.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지 어떡해?"
"저번에 개 있는 집에 다 전화해서 묶어 놓으라고 했는데..누구집 개가 또 그러나.."
"반장이 지금 당장 방송을 좀 해줘"
"무슨 개 똥 때문에 방송을 합니까? 몇 집 안되는데 전화로 하면 되지. 다른 동네 부끄럽게.."
"아니 반장이 방송을 해야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듣는다니까!"
" 다 알아 듣게 이야기 했는데 무슨 방송까지 할 꺼 뭐있어요?."
" 아, 반장이 뭐하는 사람이야 . 이런 걸 해결해 줘야지!"
얼굴이 더 벌게 지며 열을 올리며 말하는 보살을 보니
딴에 절에 기도 하러다닌다는 사람인가 싶다.....
개똥인지 고양이 똥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누구집 개 똥인지도 모를 똥이 여러 무데기 마당에 있는게 분통이 터지나 보다.
누구한데 화풀이 하지도 못하니 반장한테 하는 것일 게다.
어느 시인이 개똥에 관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웃 사람이 자기 집 앞에 주인 모를개똥을 보고 분개해서는
이 놈의 개새끼 농약을 놓아 죽이리라 하고
누구는 개똥을 치워 참외주고 감나무 줘서 맛나게 먹었다는 이야기였다.
생각의 폭과 길이 관한 문제다.
똥의 길고 긴 변화와 용도에 대해 눈돌리면
개똥에서 달고 맛난 과일까지 보이고
눈앞의 것만 보면 더럽고 지저분한 똥일 뿐이고
생각도 기분도 더러워 진다.
반장이라고 자기집 마당 개똥까지 해결하라는 악다구에
오늘 마음 한구석 좋지 않은 기분으로 일하면서 생각했다.
'그래. 보살 기분을 헤아려 줄 걸 그랬어.
기분 좋게 개똥 다섯 무데기 삽으로 뚝딱 치워주고
보살님 내가 개 있는 집 전화해서 다시는 개 풀어 놓지 않도록 할께요
라고 말했으면 서로 좋았을 것을...'
개똥보고 성만 낸 사람이나
택도 없는 악다구에 기분상한 사람이나..
매 한가지였다..
필요한 건 불합리나 부조리에 대한 분노보다는
나쁜 일도 좋게 풀어 나갈 맘의 여유와 지혜다.
휴, 언제즘 그럴 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