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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문수골의 난

글쓴이 : 유로제다 날짜 : 2008-08-22 (금) 23:22 조회 : 4168
"아빠, 내일 내 생일이에요"
"어, 알고 있어"
우성이가 자기 생일을 몇 일 전부터 계속 알리고 다녔다.
 
녀석이 의도한 대로
생일날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박혀버렸다.
 
궁리끝에 생일날의 스케줄이 잡혔다.
우선 구례 문수사에 있는 반달곰을 보고, 
화엄사 앞의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돈까스를 먹고
오는 길에 케익을 사오는 계획.
 
문수골에 구들 놓아준 집이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구들 손 볼 것이 생겨 한번 와서 봐달라는 터라
겸사 겸사 계획을 잡았다.
 
문수사는 절을 갓 짓기 시작할때 한번 가본 적이 있지만
벌써7-8년 전의 일이고
" 반달곰 있는 절"이라고 국도변에 큰 간판도 세워놓은 터라
한번은 가보고 싶었다.
 
아이들도 지리산 반달곰을 보러간다하니 다들 반기는 기색이었다.
 
19번 국도에서 문수사까지는 10키로 정도 거리인데
마지막 3-4키로거리는 계속 오르막이었다.
"다시는 못오겠다"
집사람은 길이 너무 가파르다면서 자기 운전실력으론 힘들겠다고 혀를 내두른다.
 
천신만고끝에 드디어 문수사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화장실 벽에 "곰먹이 팝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절에 왔지만
절을 찾는 사람의 관심은 반달곰이었고,
절에서도 절을 보여주기보다는 곰을 보여주는데 더 신경을
쏟는 듯 했다.
 
호기심을 가지고 절안으로 들어섰다.
 
놀랍게도 곰들은 절 마당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대웅전과 종각사이의 커다른 철창안에 있었다.
철창안의 곰들은 계속 움직였다.
벗어날 수 없고 좁은  공간이 주는 숨막힘에서 버둥해고 있었다.
차라리 느긋하게 낮잠이나 자고 있었으면 마음이 덜 아팠을 것을..
 
곰 우리 옆에는 참외상자가 한가득 쌓여 있고
"곰먹이를 사실 분은 종을 치세요" 라는 문구가 종각에 붙어있었다.
 
하늘과 땅의 모든 생명과 지옥중생까지 그 소리를 듣고
고통과 미망의 삶에서 벗어나 성불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곳이
종각이거늘..
 
씁쓸한 마음으로 절을 둘러 보고 있자니
종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참외를 사서 곰에게 줄 모양이다.
종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존재는 둘이었다.
참외를 팔려고 나온 스님과 보살,
곧 먹이를 먹게 될 것임을 알고 먹이투입구 쪽으로 움직이는 곰들.
 
문수사는 절이라기 보다는 동물원에 가깝고
신도의 시주보다는 곰먹이로 파는 과일값이 더 많을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차에
누군가가 "혹시 1904 차주 계십니까?"라고 묻길래
"예 , 왜 그러십니까?"
"차에서 김이 올라오는 걸 보니 과열인거 같으니 가보세요"
 
허겁지겁 달려가서 본네트을 열고보니
냉각수 공급부위가 과열로 터져버렸다.
 
렉카차와 택시를 불렀다.
40여분이나 지나서야 차가 도착했다.
일요일이라  카센터도 다 문을 닫아놓은 상태여서
자주가는 카센터에 차를 세워놓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2시가 넘었다.
 
허기가 몰려온다.
다들 배가 고프다고 난리다.
정말 오랜만에 구례읍내를 차 없이 걸었다.
허기진 배를 채울 식당을 찾아서..
 
문닫은 식당이 많았다.
"압구정 김밥"집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보니 의외로 메뉴가 다양하고 깨끗했다.
순살 돈가스, 치즈돈까스,물냉면,라뽁기,낙지볶음밥을 시켜먹었는데
맛이 좋았다.  아마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랬을 것이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운전사 아저씨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니까
반달곰은 화엄사 앞 야영장에도 있다고 했다.
..........
 
다을이가 한마디 한다.
"아빠는 그것도 몰랐어요?"
괜히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차만 고장난 셈이다.
 
다음날 차를 수리하는데 타이어도 갈고 하니까 40만원이 들었다.
 
2008년 우성이 생일날은
"문수골의 난"이 일어난 날이다.
 
우성이는 아무 선물도 받지 못했다.
다음날 고친 차를 찾아오면서 조그만  케익하나를 사서 갈라먹는 걸로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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