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유로제다가 문을 열고
유로제다라는 이름을 걸고 차를 만드는 첫해였다.
우리는 우리의 상표를 가지고 처음 차를 선보이는 해인 만큼
모든 노력과 정성을 다해 작업에 몰두했다.
첫돌이 지나지 않은 셋째는 젖을 먹고 있었다.
집사람은 젖먹이고 밥과 간식을 챙기는 일 외에는 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참 차를 만드는 중간에 집사람과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
아이가 이빨이 나면 본능적으로 젖꼭지를 깨무는데, 젖꼭지 뿌리부분이 갈라진 것이다.
아이가 젖을 빨 때마다 그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저히 한쪽 젖은 먹이기 힘든 지경이되었다.
젖을 먹이지 않으면 아이는 아이대로 젖달라고 보채고
젖을 먹이지 않으면 젖이 부풀어 올라 그 또한 고통스럽다.
줘도 괴롭고 안줘도 괴로운 상황이었다.
그러던중 한솜 선님이 차한잔하러 들리셨다.
이야기중에 젖꼭지 이야기가 나오자,
선님은 "우리 어머니가 남동생 젖먹일 때 그것 때문에 고생하셨는데
특효약으로 고쳤다!"고 하셨다.
"어찌 고쳤어요?"
"개좆을 약으로 쓰면 바로 낫는다!"
".......?! 아, 개젖을 약으로 쓴다고요?"
"어허 개젖이 아이고 개좆이라니까, 개좆말이야, 개좆!"
"...........!! 그걸 어찌약으로 쓴다 말이요?"
"개 좆뼈를 불에 태워 재를 만들어 들기름에 으개어 상처에 바르면 바로 낫는다."
"뼈를요?"
평소 비방을 많이 알고 계신 선님이고 거짓은 없는 분이라
처방대로 해보기로 했다.
문제는개의 물건(이하 물건이라 칭함)을 구하는 것이었다.
집에 기르는 똘똘이가 수캐이기는 하지만 발발이종이고
차마 대상에 올릴 수 없었다.
차를 만든는 중간이라
물건을 구하러 다닐 시간도 없는 것이 더 문제였다.
이러저러한 상황을 차를 따러오는 구례 할머니들에게
저녁에 집에까지 실어다드리며 말씀드렸더니
"젖꼭지 갈라지면 증말 아픈디 워짰가이-"
"애기엄마가 고생이 말이 아이구마"
한번쯤씩은 겪어본 일이어서인지 모두 걱정을 해주셨다.
"내 아는 사람이 구례읍내에서 개소주 집을 하는디
거기 가면 구할수 있을 거이여."
하시며 차를 개소주집으로 안내하셨다.
잠깐동안 들어갔다 나오시더니
"지금은 개를 많이 찾는 철이 아니라 그걸 구하기가 힘들다는 구만."
"어쩐디야..."
모두 안타까와 하셨다.
"토지면에 있는 보신탕집에 없을까요?"
내가 토지면에 계신 할머니를 보며 어쭈어보자, 모두가
"맞다! 그집은 일년내내 손님이 끊이지 않으니까 구할 수 있을 꺼여"
하고 맞장구를 쳤지만 막상 토지면에 사시는 할머니는
얼굴이 발개지시며
"건디 그걸 어찌 말한다요?" 하셨다.
"아하, 부끄러워 그러는 구마, 걱정마시오 내가 얘기할탱깨"
리더격인 할머니가 역시 총대를 매셨다.
다음날 우리는 토지면에 있는 유명한 보신탕집을 찾았다.
식당은 앞문과 뒷길에서 주방으로 통하는 문 두 군데가 있었는데
누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 뒷문을 향했다.
리더할머니가 용감하게 나섰다.
"실례허요. 저기뭐시냐, 뭐좀 구허러 왔소."
바삐 움직이던 식당 아주머니가 어리둥절해하며
"어찌오셨소?"
"저그..... 이 젊은 사람 안주인이 말이요..."
"뭐 찾으시오?"
식당 아주머니는 바쁘다는 듯이 재촉하였다.
잠시 망설이던 할머니가
"약으로 쓸랑깨, 개 거시기좀 주시오!"
"뭐를 달란말이요?"
"개 거시기좀 달랑깨!"
"기시기가 뭐시요?"
"............개좆말이야, 개좆! 약으로 쓸라고 그랑깨."
내가 나서야했다.
"제가 약으로 쓸데가 있어서 그러는데, 뼈를 발라 주셨으면 합니다."
자초지종을 듣고서야
식당아줌마는 "그게 있을랑가 모르것네 "
하시며 주방안으로 들어 가더니
물건을 내오셨다.
"자,뼈 볼가 냈으니 가져가시오"
살만 가져왔다.
"제가 필여한 건 뼙니다."
1만5천원을 달라고 했다.
차따는 할머니들의 노력으로
물건을, 정확히 말하면 물건의 뼈를 구하게 되었다.
곧바로 숯불을 피워 그것을 태우기 시작했다.
고기굽는 냄새가 나더니, 뼈 부분만 벌겋게 숯으로
남았다. 그것을 꺼내 식힌 뒤 가루를 내니 한숟가락이
채 안되었다. 처방대로 들기름을 섞어니 그럴싸한
연고같은 약이 완성되었다.
곧 바로 집사람에게 약을 발랐다.
선님의 말씀대로 곧바로 낫지는 않았지만, 그약을 바르고 상처가 아물었다.
뒤에 선님이 오셨길래
"선님 시킨대로 했는데, 바로 안낫데요?" 했더니
"옛날 순수 토종 똥개 물건하고, 사료 먹고 큰 요새 개물건하고
약효가 안다르겠나?"
일리가 있는 말씀!
구례장에 가면 개물건 구해주시려고 애쓰시던 그 할머니들을 만날 수있다.
시장 한켠에 앉아 집에서 기른 채소를 팔고 계신다.
" 차는 다 팔았는가? 애가 많이 컸구마."
하시며 젊은 부부를 걱정해주신다.
"많이 파세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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