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지역 땅에는 유난히 돌이 많다.
산과 계곡은 물론 땅만 파면 돌이 나온다.
그래서 경사면의 땅을 돌축대를 쌀아 집터나 논등의
편편한 터로 다듬어 놓은 곳이 많다.
오래된 자연석을 보고 있노라면
역사의 장구함이 온몸에 느껴진다.
검고 어두운 색과 검버섯처럼 묻어있는
돌이끼는 그 돌의 나이를 말해주고
말못할 편안함과 든든함을 느끼게 해준다.
집터 닦느라 10일 정도 돌을 보고 만지고 들고 옮기는 일을 했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돌을 이용한 작업들이 무엇일까 더듬어 보노라니
그 사람들의 심정이 조금은 느껴지는 듯 하다.
외적을 방어하기위해 높은 성을 쌓아 올린사람들
농사지을 물을 담아두기위해 저수지 뚝을 쌓은 사람들
논 둑을 쌓아 올린 사람들
집 울타리를 돌려 쌓은 사람들
돌을 깍고 다듬어 불상을 빚고 탑을 세워 올린 사람들
염원이 담긴 돌탑을 쌓아 올린 사람들
돌에다 이름과 맹세를 새겨 넣은 사람들
...................
그들도
돌을 보고 ,고르고, 날으고,다듬고,끼우고, 받치고 했으리라
그들도
무겁고 느리게 진행되는 돌 일을 하면서
그 목적하는 바가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돌의 무게 만큼 확실하고 단단하게 이루어지길 염원했으리라.
아니 어쩌면 돌을 다루면서
천천히 그리고 여물고 단단히 사는 철학을 몸으로 익혔는지도 모를 일이다
돌을 쌓는 일은 돌의 무게로 인해
했던 작업을 되돌리기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돌 하나하나를 놓을 때마다 제자리를 잘 선택해서 놓아야 한다.
똑같이 생긴 녀석은 하나도 없으므로
이놈 저놈 암수을 맞추고
큰 돌의 모자란 곳은 작은 돌고 받춰 주고
모난돌은 메질을 맞으면서
원하는 전체 모양새가 나오는 것이다.
비고 모자란 곳에 딱 맞는 돌을 꽉끼어 넣노라면
그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돌 쌓듯이 살면 믿음직한 삶의 모양새가 나올 것이다.
스승이 제자에게 돌쌓기를 시킨 이유가 거기에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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