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어 갈 즈음
동네 엠프가 켜지더니 쌍계사 뒷산에 산불이 났으니
진화장비를 갖추고 빨리 나오라는 이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화개에 이사오고나서 세번째 겪는 산불이다.
약간은 짜증이 났으나
주섬주섬 챙겨입고 집을 나서니 마을회관에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일단 쌍계사 마당으로 갑시다"
사람들을 태우고 부리나케 달려 쌍계사 법당앞 마당앞에 다다르니
법당너머 저산꼭대기가 훤하게 밝은 것이 불이 한참 붙고 있었다.
손전등을 가진사람을 앞세우고 삼삼오오 가파른 산길을 타고 오르니
숨이 헉헉 차올랐다.
10분정도 오르자 저만치 불길이 보였다.
불길은 산능선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불길을 빙 둘러서서 불길을 잡아 나갔다.
다행히 바람이 없어 불길은 거세지 않고 번지는 속도도 느렸다.
진화작업은 잔나무를 베어내고 흙이 나올 때까지 낙엽을 걷어내어
불이 더이상 번지는 것을 막는다
불길이 뜨거워 얼굴이 후끈거려 안전한 거리를 두고
삽 괭이 갈코리 등으로 진화를 계속하자 불길이 어느정도 잡혔다.
이제 물통을 지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잔불씨만 잡으면
완전 진화가 되는 것이다.
이번 진화작업엔 쌍계사 승려들과 인근 마을 주민들이 참여했다.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을 찐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아느 사람들의 얼굴들이 보이면 더욱 반가운 곳인 것이다.
화개에 이사와서 산불진화작업을 한건 이번이 세번째다.
맨처음 두려움에 떨며 산불진화작업에 참여한건
삼신봉 근처에 불이 났을때였다.
산불이 워낙 크게 난 터라 매스컴에도 보도되어 아는 사람들에게서
안부전화도 오곤했다.
그때역시 동네 방송을 듣고 달려갔는데
단천마을을 통해 현장에 접근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동네 생긴이래 처음으로 매스컴을 탔다고들 했다.
단천마을에서 현장까지 가는데만 두시간 정도 소요되는 먼거리였다.
현장에 기진맥진 도착하니 이미 헬기가 불길을 완전히 잡은 뒤였다.
사실 큰 불은 헬기가 아니면 절대 잡지 못한다.
우리가 그 때 한 일이라곤
산에서 빵과 우유얻어 먹은 것,오미자 덩쿨 뜯어온것,
다래 떨어진 것 줏어먹은것이 다였다.
그렇게 현장에 갔다 할일이 없음을 알고 마을로 내려오니
마을에는 돼지고기와 술이 준비되어 있었다.
지역사회 유지들이 모두와서 격려를 해주었다.
거나한 술자리가 이어져 기분좋은 하루였다.
이날 이후 난
산불이 나서 진화하고 나면 빵과 우유, 술과 고기가 당연히 나오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두번째 산불이난 작년 늦은 봄에서야
그 믿음에 금이 가기시작했다. 그때도 쌍계사 뒷산에 불이나서 달려가서 진화작업을 하고 내려오니 배고 고프고 목도 말랐다.
당연히 밥이나 막걸리등을 상상하며 쌍계사식당근처까지 왔으나
무심한 관광객들만 왔다 갔다 할뿐 식당은 썰렁했다.
무척 실망한채 집으로 돌아와 투덜대며 밥을 먹었다.
이번 불을 끄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산불이 나도 크게 나야 관심이 쏠리고 서폰스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그 스폰서의 내용에 빵과 우유 고기와 술 등이 포함되어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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