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식을 다 먹고 휴식을 취할 즈음, 효석도예에서 전화가 왔다.
양산에 장작가마 지어주고 일주일만에 집에 돌아와서 보니
더운 물이 아예 안나온다고 했다.
몽키, 피이프렌치등 공구를 챙겨서 집사람과 우성이도 함께 효석집으로 갔다.
얼굴 본지도 오래됐고 얼마 전 구운 그릇도 볼 겸 집사람도 따라 나선 것이다.
보일러 고치는 사람도 다녀갔다고 했다.
더운 물이 한방울도 안나오는 걸로 봐서 아마도 수도배관이 중간에
끊어진듯 했다.
더운물이 지나는 곳을 짐작해서 훑어 보니 땅이 흠뻑젖은 곳이 발견되었다
여기다 싶어 파서보니 바닥에서 물이 스며나왔다.
아마 벽속이나 방바닥 어디 연결부위에서 물이 새는 것 같았다.
벽을 깨고 물이 새는 곳을 대략 확인하고 나니 이미 날이 저물었다.
내일 아침에 다시 보기로 했다.
아마 내일 하루는 걸릴 것 같다.
일을 마치고 효석이 이번에 구운 그릇 중에 생활자기 몇점을 싸 주었다.
천연 재유를 써서 색깔이 정말 자연스러웠다.
재가 뜨거운 온도에 녹아 이처럼 여러가지 색을 내는게 신기하다.
자연스러운 색과 세련된 선이 잘어울리는 그릇 들이다.
그 그릇에 반찬과 과일을 담을 때마다 효석의 손길과 맵시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내일 큰 어려움 없이 배관보수공사가잘 끝나서
이번 겨울수도꼭지에 더운물이 쏟아 질 때마다 효석도 내 작은 노동을 생각할 것이다.
서로에게 조그만 힘이 되어주고 작은 기쁨을 줄수 있는 이웃이 되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