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두사람다 몸이 무겁고 힘이 없는 것 같다.
점심 먹고 오랜 만에 불일폭포가는 등산길을 올랐다.
산을 타면 오히려 힘이 생긴다는 걸 경험해서
힘을 얻기위해 산을 오르기로 한 것이다.
도시락, 물, 자두를 챙겼다.
우성이 엄마는 결혼 할 때 사서 한번도 안신은 등산화를
오늘 신었다.
등산 자주하자고 결혼 할 때 두사람 다 한 켤레씩 산 등산화였다.
내 등산화는 벌써 떨어져 버렸지만
집사람 등산화는 10년이 지난 오늘 햇볕을 보고 산흙을 묻힌 것이다.
평일이라 아무도 없는 산길을
우성이 집사람 나 셋이서 걸었다.
솔향기가 진하게 퍼졌다.
온갖 나무들이 생기를 내뿜고 있어 덩달아 기운이 솟았다.
이런 저런 생각일랑 접어두고
여유있게 나무를 바라보고 계곡물에 얼굴 씻고
이 순간을 만족해 하며 퍼뜩 생각한다.
이 산의 주인을 굳이 따진다면
국립공원 관리공단도 아니도
쌍계사도 아니고
이 순간 이 산길을 만끽하는 우리가 주인이다.
진짜 내것 같다.
게다가
산을 내려가면 또 내 것이 아니므로 또 얼마나 홀가분한가 말이다.
산 거머리,민달팽이를 구경하며 우성이도 잘 올랐다.
개울을 다섯번인가 건너서 도착한
파랗게 열린 하늘 아래 불일평전의 산장엔
주인도 없고 고요한 평온 만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도시락을 까먹는 사이 전화벨이 울린다.
저 산 아래 속가에서 다을이가 빨리 집에 돌오라며
전화통에다 대고 칭얼댄다.
원하던대로 우리는 산의 힘을 많이 받고 돌아왔다.
밝은 지헤를 갖춘 사람은
나와 우주 만물이 둘이 아닌 한 몸인 걸 안다고 했다.
산이 준 기운으로
좀 더 기운을 내고 산다면
산도 나무도 하늘도
같이 기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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